[레가토 플래닛 #1] 일요일엔 뭐하세요? 등산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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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주식회사레가 작성일2024.04.03 조회수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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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어느 날과 다름없이 퇴근 후 헬스장에 가려던 길이었습니다. 부사장님과 마주쳤는데 인사만 하고 가기엔 왠지 정이 없어 보일 것 같아 걸음을 멈춰 섰습니다.

마침 같이 있던 부서 소속 과장님이 먼저 말을 꺼냅니다.

이번 주 주말에 뭐 하세요?

 뒤이어 들려오는 대답이 왠지 일요일 아침 등산을 가자고 하셨던 것 같지만 잘못 들은 줄 알고 그냥 인사치레로 허허실실 웃어넘겼습니다.  훗날, 그 말이 현실로 이루어질 줄은 그때는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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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요한 결정, 먹을 것 앞에서는 피하세요


얼마 뒤 토요일, 오전에 혼자 헬스장에서 운동을 마친 후 오후에 생일파티 약속이 잡혀 있어서 친구들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와중이었습니다.
같은 헬스장 회원인 과장님이 갑자기 내일 등산을 같이 가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직장인이 일주일에 쉴 수 있는 유일한 주말은 단 2일뿐. 그것도 일요일에 등산하러 회사 사람들과 같이 간다?
보통 같았으면 망설여지겠지만 체중 감량을 목표로 식단을 지키고 있는 상태에서 눈앞의 스테이크와 피자, 파스타를 마다 해야 할 정도로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오히려 “네, 갈래요”라는 답장을 보내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오늘 실컷 먹고 내일 등산하면서 칼로리 태우자’ 

남들이 보면 미쳤다 할지라도 먹을 것 앞에서는 고민이 짧고 단순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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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멤버, 심상치 않다


아직 동이 트지도 않은 새벽 6시 가까운 시각, 소래산 입구 근처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왈왈’ 

회사 사람들끼리 전 날 즉흥적으로 이뤄진 약속에 이어 즉흥적으로 개 2마리가 끼게 된 경위는 이러합니다.
주말에 온종일 강아지를 두고 온다고 생각하니 외로울 것만 같아 어렵사리 질문을 꺼냈습니다.


혹시 강아지도
데리고 가도 되나요?

 그런데 과장님은 한술 더 떠서 자기 반려견도 데려온다고 합니다. 사람 3명에 개 2마리. 심지어 강아지를 데리고 오지 않은 사람은 부사장님 한 명뿐입니다. 
본격적인 산행 전, 인증사진을 찍을 때도 개들이 끼어드니 정신없는 기분이지만 부사장님은 쿨 하게 받아들이셨습니다. 이전에 있었던 거리감이 왠지 좁혀진 느낌입니다.


다행히도 평소에도 등산 경험이 있는 개들과 동행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계속 오를 수 있었습니다. 정상까지 올라오니 어느 때보다 반가운 탁 트인 전망이 보입니다.
소래산 정상에 올라야만 볼 수 있는 비석 앞에서 각자의 인증 사진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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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볼 일을 마치고 앉아서 쉬는데 오랜만에 새벽부터 등산하다 보니 배가 고파옵니다. 혹시 몰라 에너지바 하나만 챙겨 왔는데, 
과장님과 부사장님께서 간식과 물을 챙겨 와 주신 덕분에 더 든든해졌습니다.

먹으면서 회사 옥상에 올라가면 계양산과 북한산도 보인다는 이야기, 그리고 이야깃거리가 떨어질 때쯤이면 함께 온 개들의 장기자랑을 보며 즐거워했습니다. 


# 하산도 스펙터클하게


송도와 인천대교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소래산 정상의 여운을 마음껏 즐기다가 하산합니다. 봄이 왔음을 알리는 활짝 핀 진달래꽃이 그제야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마 다음 주면 만개하여 이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더 아름다운 소래산을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천천히 경치를 즐기며 내려가고 싶지만 같이 온 개는 주인 속도 모르고 눈치 없이 빨리 집에 가고 싶어서 더더욱 속도를 냅니다. 

줄을 당길 틈도 없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간 탓에 점차 무릎이 아파오고 결국 넘어지는 사고를 쳤습니다. 

다행히 아직 남아있는 낙엽이 쿠션 역할을 해준 덕분에 상처 하나 없이 무사했습니다. 왠지 모르게 주변 눈치가 보였지만 부사장님은 질책 없이 걱정 어린 눈으로 괜찮은 지부터 상태를 살펴봐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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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고 나서야 강아지도 눈치 보며 드디어 속도를 맞춥니다. 덕분에 오를 때보다 다 같이 여유 있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하산하는 뒷모습을 보고 운동하고 있는 사람보다 개가 더 근육질인 것 같다는 말도 들었지만 차마 반박할 수 없었습니다. 누가 보아도 사실이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처음으로 돌아오고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 다음은 밥 약속까지 기약하며 각자 헤어집니다.


시간도 평소 같으면 자고 있을 아침 7시. 그러나 새벽 등산으로 그 어느 때보다 개운해져서 낮잠 자기도 아까운 최상의 컨디션이 만들어졌습니다.
덕분에 길고 긴 하루를 선물 받은 것만 같아 뿌듯했습니다.

 회사 사람과의 갑작스러운 등산, 이렇게나 즐거울 일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즐겁습니다